해가 진 뒤의 해방촌 오거리
언덕 꼭대기 다섯 갈래 교차로. 신흥시장과 그 주변, 그리고 저녁 식사가 끝난 뒤에 갈 곳.
대부분은 해방촌을 아래쪽에서 만납니다. 녹사평에서 올라와 메인 거리를 걷고, 뭔가를 먹고, 다시 내려갑니다. 나쁘지 않은 저녁이지만, 저희가 사는 동네는 그 코스에서 빠져 있습니다.
저희는 꼭대기, 언덕이 마침내 평평해지는 오거리에 있습니다.
여기에 뭐가 있냐면
중심은 신흥시장인데, '시장'이라는 단어가 떠올리게 하는 모습과는 다릅니다. 생선 좌판도 채소 가게도 없습니다. 20~30대를 겨냥한 작은 실내 몰에 가깝게 재단장됐습니다. 포토부스, 은공방, 카페, 와인바, 타코와 태국 음식, 이자카야, 치킨집, 그리고 주변이 다 바뀌는 동안 혼자 살아남은 낡은 생맥주집 하나.
두어 시간 보내기에 정말 좋은 곳입니다. 그리고 하루 대부분의 시간 동안, 사람들이 이 언덕을 올라오는 유일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교차로 위쪽으로는 남산 둘레길과 N서울타워로 이어지는 길이 있습니다. 산책하러 오는 분들이 꽤 많지만, 다들 낮에 오고, 저희가 문을 열 즈음이면 이미 돌아간 뒤입니다.
이 동네에 비어 있는 시간
매주 보는 패턴이 있습니다. 시장은 오후부터 저녁 식사 시간까지 붐빕니다. 그러다 9시쯤 되면 비기 시작합니다.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이태원이나 경리단 쪽으로 내려갑니다.
이해가 갑니다. 오랫동안 여기 남아 있을 이유가 딱히 없었으니까요.
그 빈 시간이 사실상 저희가 존재하는 이유 전부입니다. 한국의 밤은 2차라는 개념 위에서 돌아갑니다. 오거리는 늘 1차에는 강하고 2차에는 약한 동네였습니다.
2차는 여기서
저희는 시장에서 걸어서 2분입니다. 시장을 빠져나와 언덕 아래 골목으로 내려오시면, 1층에 와인바가 있는 건물이 보입니다. 저희는 그 아래, 지하 1층, 빨간 LED 사인 뒤에 있습니다.
먼저 음악 공간이고 — 제대로 된 시스템으로 하우스와 테크노를 틀고, 대부분의 밤에는 DJ가 바이닐로 플레이합니다 — 칵테일 바는 그다음입니다. 다만 칵테일은 이 동네 누구 못지않게 진지하게 만듭니다.
시장에서 식사를 마치고 언덕을 내려갈지 고민 중이시라면, 내려가지 마세요. 2차가 50미터 앞에 있습니다.
오시는 길
오거리는 녹사평역(6호선 2번 출구)에서 언덕길로 도보 약 15분입니다. 언덕이 부담스러우시면 버스로 몇 정거장이면 됩니다. 진짜 언덕이라서, 어느 쪽을 고르셔도 이해합니다.
목요일부터 토요일은 19시, 나머지 요일은 20시에 문을 엽니다. 다만 방이 제대로 차는 건 22시쯤부터입니다.